[천자칼럼] 성직자의 막말

입력 2022-11-14 17:57   수정 2022-11-14 23:54

김수환 추기경(1922~2009)에게 사람들이 물었다. “추기경님은 여러 나라 말을 잘하신다고 들었는데 어떤 말을 가장 잘하십니까?” 대답이 뜻밖이었다. “내가 가장 잘하는 말? 그건 거짓말이지.” 온 국민의 존경을 받은 김 추기경이 거짓말을 잘했을 리 없다. 다만 자신도 모르게 했을지도 모르는 거짓말에 대해 겸손하게 고백했을 뿐…. ‘가야산 호랑이’ 성철 스님(조계종 전 종정)은 1993년 열반에 들면서 ‘한평생 남녀의 무리를 속여서/하늘에 가득한 죄업이 수미산을 지나간다’는 게송을 남겼다. 성철 스님은 일찍이 깨달음을 얻고 후학들에게 많은 가르침을 남겼다. 하지만 그 모든 말을 후학이 잘못 받아들였다면, 결과적으로 속인 것이 된다는 뜻일 게다.

성직자가 존경받는 것은 언행이 언제나 타의 모범이 되기 때문이다. 법정 스님의 말과 글은 그래서 맑고 향기로웠고, 여수 애양원에서 나병환자를 돌봤던 손양원 목사(1902~1950)는 여순사건 때 두 아들을 총살한 좌익학생을 용서하고 양아들로 삼았다. 원수를 용서만 해선 안 되고 사랑해야 한다면서….

정치적 발언을 삼가야 할 종교인들이 쏟아낸 증오의 말들이 물의를 빚고 있다. 대한성공회 원주 나눔의집 대표인 김규돈 신부는 14일 자신의 SNS에 “(대통령) 전용기가 추락하길 바라마지 않는다. 온 국민이 ‘추락을 위한 염원’을 모았으면 좋겠다”는 글을 올렸다. 파장이 커지자 성공회는 이날 김 신부의 사제직을 박탈하고 대전교구장이 사과의 뜻을 담은 사목교서를 발표했다. 이에 앞서 천주교 대전교구 박주환 신부도 지난 12일 “비나이다~”라는 글과 함께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전용기에서 추락하는 합성사진을 올렸다.

기독교회복센터 소장인 김디모데 목사도 이날 SNS에서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김 여사가 지난 12일 프놈펜의 심장병 소년을 방문한 데 대해 “자기 이미지와 선행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구호 대상을 홍보의 도구로 삼았다”며 ‘영부인 놀이’ ‘쓰레기 짓’이라고 깎아내리고 김 여사를 ‘이 작자’라고 지칭했다. “의인의 입은 생명의 샘, 악인의 입은 독을 머금었다”는 성경 ‘잠언’을 다시 읽어보면 좋겠다.

서화동 논설위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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